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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가이드

이력서 작성요령 - 이거다… 이 이력서다!

운영자 | 2013-07-28 11:50:03

조회수 : 2,123

30초 안에 당락 결정… 장황한 서술보단 제목부터 튀고 구체적인 이력서가 취업의 지름길

“아무튼 이력서가 뽑혀야지 면접을 보든 할 게 아닌가.”

일자리를 잃은 지 2년이 다 돼가는 김아무개(43)씨는 이력서만 보면 제풀에 부아가 치민다. 심사가 틀어지다 못해 아예 진력날 정도다. 그동안 써서 제출한 이력서만 50여장. 이력서를 들이밀고 기다리는 데 지친 지도 이미 오래다. 퇴직금으로 근근이 꾸려온 생계도 바닥을 드러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당장 막막할 수밖에 없는데 기업체 인사담당자한테는 도무지 연락이 없다. 다니던 무역업체에서 정리해고 대상으로 통보받을 때만 해도 세상은 때로 그런 것이지, 하며 스스로 애써 위안했지만 현실은 꽉 막힌 벽, 그것이었다. 내미는 이력서마다 퇴짜를 맞기 일쑤인 세상 앞에서 그의 조바심은 더해만 가고 있다.

앞쪽 10줄에 승부를 걸어라

S기업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는 박아무개(41)씨도 이력서라면 이골이 난 사람이다. 실업자 신세는 아니므로 김씨에 비해 나은 편이랄 수 있지만, 오래 전부터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직장을 옮기려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곳저곳에 10여 차례 이력서를 내밀었지만 번번이 주저앉고 말았기 때문이다. “기다려라”는 이력서 접수담당자의 말이 끝이었다. 박씨는 “이력서를 내면 몇 군데서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한곳도 없었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만 가로저었다. 며칠이 지나도 기다리던 전화는 끝내 오지 않았지만 지금도 그는 밤마다 책상 앞에 이력서를 놓고 앉는다. 내 이력서가 뭔가 잘못된 걸까, 하면서 쩔쩔매며 이력서를 고치고 또 고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력서가 인사담당자의 눈을 잡아끌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물론 워낙 이력서에 담을 변변한 커리어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력서 쓰는 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김씨의 말처럼 취업의 좁은 문을 뚫으려면 먼저 이력서가 통과돼야 한다. 그래야 면접이든 뭐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쓴 이력서’의 전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눈에 띄는 이력서’는 분명 있다. 취업알선 전문업체들에 따르면, 경기가 좋을 때는 튀는 이력서가 많지만 불황일 때는 조직융화를 강조하는 모범적인 이력서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인재’를 찾게 마련인 기업으로서는 ‘짧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드러낸 이력서를 주목한다.

LG전자 인사담당자는 “수많은 이력서를 읽다보면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이 오는 게 있다”며 “이력서 맨앞 몇줄에서 판가름이 나는 만큼 앞쪽 10줄 안에 자기를 가장 잘 드러내게 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력을 장황하게 잔뜩 늘어놓은, 밋밋한 이력서는 흥미를 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문방구식 이력서는 피해야 한다. 이력서는 자신의 자서전이 아니다. 그런 만큼 짧은 단어나 문장으로 자신을 명쾌하게 표현할 수 있는 헤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인사담당자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 인사담당자가 한 사람의 이력서에 눈길을 주는 시간은 짧다. 헤드헌팅업체인 유니코서어치 유순신 사장은 “사람을 뽑기 위해 고용주들이 한장의 이력서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0초”라며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식으로 시작되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자기소개서는 금방 흥미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이력서를 석줄 이상 읽고 있다면 일단 성공한 셈이다.

채용담당자의 눈길을 붙잡는 이력서 쓰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이른바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확연히 드러내야 한다. 거창한 학력이나 죄다 A로 깔아놓은 성적표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취업정보업체인 캐리어서포트 최홍 기획실장은 “대인관계가 원만하다거나 친구가 많다는 식의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이력서는 인사담당자에게 반감을 주고 결국 구석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가장 먼저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신이 성공적으로 해낸 업무를 구체적으로 적는 게 필요하다. 예컨대 옛 직장에서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을 경우 ‘성공적이었다’는 추상적 표현보다 예상보다 매출을 15%증가시켰다는 식으로 쓰는 것이다.

쓸모없는 자격증은 아무 도움 안 돼

자격증이 취업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무턱댄 환상도 일찌감치 떨쳐야 한다. 아무리 수십여개의 자격증을 땄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성과와 연결되지 않으면 이력서 한줄을 채우는 것 이상의 무기가 되지 못한다. 지난해 어렵사리 컴퓨터그래픽 자격증을 딴 장아무개(46)씨도 취업난만 실감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장씨는 수차례 재취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만 거듭하자 변변한 자격증 하나 없는 탓이라 여기고 자격증을 따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이제는 되겠지, 하고 자격증이 딸린 이력서를 내밀었지만 외면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인사담당자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경험이 없고 나이가 많다”는 게 대부분이었다.

유니코서어치 유순신 사장은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이든 신분상승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자격증의 허망한 함정”이라며 “경력하고 연결되지 않는다면, 즉 경력이 뒷받침해주는 실력으로서의 자격증이 아니라면 별 쓸모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자격증 합격자만 51만여명에 달한다. 자격증 과잉시대에 업적이 딸리지 않는 자격증은 취업의 보증수표가 되기는커녕 ‘장롱 안 자격증’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한다. 현대상선 채용담당자는 “지원자가 워낙 많아 모든 이력서를 다 일일이 볼 수 없기 때문에 눈에 띄는 게 우선 중요하다”며 “단순히 자신을 커버하기 위해 내세운 자격증이라고 판단되면 아무리 많아도 배제한다”고 말했다. 채용정보회사인 서치펌스 이민기 사장도 “아무리 IT(정보통신)교육을 많이 받았다 해도 실력을 검증해볼 만한 웹사이트 하나 없다면 자격증이 있다한들 전문성을 입증하기에 무리”라고 말했다.

대량실업시대에서 더욱 그렇지만, 취업문화가 사이버채용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도 ‘훌륭한 이력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인터넷으로 공간이동하면서 이력서가 폭증하고 ‘웬만한 정도’에 불과한 이력서는 인사담당자의 눈길 한번 받지 못한 채 휴지통으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인터넷 채용방식을 도입한 금호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 대졸 신입사원 공채 200여명 모집에 인터넷 접수자가 1만2천여명에 이르는 등 북새통을 이뤄 이력서를 검색하고 정리하는 데만 일주일 넘게 보냈다. 이력서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현실에서 ‘튀는 게 경쟁력’인 셈이다.

온라인 리쿠르팅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채용정보사이트는 200∼300여곳으로 추정되고 주요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온라인 등록한 구직자도 사이트별로 30만∼40만명 안팎에 이른다. 채용정보사이트에 올라오는 전체 채용공고는 4500여개로, 구인·구직업체들은 연간 200여만개의 일자리가 인터넷 채용사이트를 통해 새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직자가 ‘온라인 입사지원’이라는 항목을 클릭하면 등록된 자신의 이력서가 곧바로 기업체 인사담당자에게 날아가고 기업쪽에서는 구직자 목록에서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적절한 사람을 뽑을 수 있다. 채용정보업체인 잡코리아 김화수 대표는 “전체 구인·구직시장에서 온라인채용으로 이뤄지는 게 60% 정도를 차지한다”며 “각 취업정보사이트에서 이력서를 등록한 뒤 실제 취업되는 확률은 15∼20% 정도”라고 말했다.

직무분야와 다른 내용 늘어놓지 말라

그렇다면 이거다, 하는 느낌이 오는 온라인 이력서는 어떤 걸까. 채용정보사이트인 인크루트 이민희 홍보팀장은 “온라인 이력서가 어필하려면 제목을 잘 쓰는 게 생명”이라며 “자기소개서의 경우 처음 다섯줄 정도에서 걸러지게 마련인데 죽 훑어보다 느낌이 안 오면 접어버리고 마는 게 인사담당자들”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이력서는 기업체가 키워드를 걸어서 원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 방식이다. 예컨대 인터넷 문서인 html을 잘하는 사람을 구한다면 이를 키워드로 쳐서 수많은 이력서 중에서 해당하는 사람을 검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백, 수천장의 이력서가 목록에 올라오면 인사담당자는 당장 제목부터 관심을 갖게 된다. 결국 자신의 온라인 이력서파일 제목이 우선 눈길을 끌어야 하는 것이다.

이력서를 읽는 인사담당자는 이력서를 쓰는 절박한 심정의 구직자만큼 성의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넘쳐나는 이력서 속에서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런 만큼 개성있는 이력서만이 살아남아 면접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지원할 업체의 성격에 맞는 개성있는 이력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형태의 이력서를 작성해 등록해두는 방법도 있다. 한 이력서에는 자신의 웹디자인 경력만 넣고 컴퓨터프로그래밍 경력은 뺄 수도 있고 다른 이력서에는 거꾸로 컴퓨터프로그래밍 경력만 넣어둘 수도 있는 것이다.

짧은 이력서에 ‘쓰지 말아야할 내용’은 어떤 것일까. 경력직의 경우 지원한 직무분야와 동떨어진 다른 분야에서의 경험이 나열되면 되레 점수를 깎일 수 있다. LG전자 인사담당자는 “자기가 근무했던 분야가 지원한 분야와 다른데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에는 감점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수많은 자격증이 지원한 분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을 경우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여러 분야에 걸쳐 각종 자격증만 많지 전문성이 없다”며 인사담당자가 탐탁잖게 볼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취업담당자들은 같은 회사에 수차례 지원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이력서에 적는 것도 부정적 인상을 주게 된다고 말한다. 현대상선 채용담당자는 “같은 회사에 몇 차례 도전했다 실패한 사실은 그 사람이 부적절하다는 게 여러 사람들을 통해 검증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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